누구나 살아오는 동안 암흑 같은 시간을 만날 때가 있다.(9p) 일제에 나라가 넘어간 직후, 한 양반이 ‘암흑’이라고 외치며 목숨을 끊었습니다. 꿈이 없고 글도 모르던 열한 살 아이는 그걸 듣고 자신 또한 암흑에 산다고 생각합니다. ‘다 쓰러져 가는 초가집, 같은 사람인데 양반과는 다른 삶, 왜놈들이 빼앗긴 조선’이 암흑에 사는 이유입니다. 아이는 자신의 팔자를 고치기 위해 아버지의 무덤을 찾고, 서당에 가기 위해 산에서 나무를 하고, 글을 배웁니다. 그리고 마침내 아버지의 무덤, 을사의병 때 전사한 이들을 모아 만든 커다란 흙무덤을 제대로 마주하게 되고 가슴에 불덩이를 품게 됩니다. 이 책은 근현대사를 다룬 역사 동화이지만 일제의 폭압을 강조하기보다는 한 아이가 의병에 참여하게 되는 성장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냈습니다. 의병에 참여했던 앳된 얼굴의 아이들. 무엇이 그들의 마음을 그토록 굳세고 단단하게 만들었을까요? 우리의 암흑 같은 시대에 새벽을 가져와 준 용감한 이들을 생각하며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 추천 : 모현도서관 어린이자료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