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익산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접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연찮은 기회에 남중학교 선배 교장선생님의 권유로 원광대 국문과 출신이신 윤흥길 작가님의 '소라단 가는 길'을 추천받았을 때 왠지 이번엔 꼭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선뜻 책을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첫 장부터 구수하게 퍼지는 격한 사투리에 그 의미를 몰라 머뭇머뭇 거리며 더디게 읽히던 책장은 난생 처음 접한 "괌질"이라는 암호 같던 단어가 "고함질"이라고 풀이되는 순간 신기하게도 술술 읽히기 시작합니다.
국민핵교를 졸업한지 40년이 넘는 동창생들이 모교 교장으로 부임한 김기서의 졸업 40주년 홈커밍 행사를 계기로 모교에 모이게 되면서 두런두런 옛 회상에 잠기며 우리네 슬픈 역사인 6.25 전쟁을 배경으로 익살스럽고도 눈물겨운 일화들을 그려내는 작품입니다.
작품에서는 실제 소라산의 옛 지명인 소라단을 비롯해 배산, 구 농림핵교, 큰남바우철뚝 등 익산을 배경으로 우리에게 낯익은 장소들이 등장하여 옛 익산을 회상하기 좋은 작품입니다.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마을 풍경, 어수선한 마을 인심, 이산가족, 상이군인 등 전쟁 당시 모습을 순수한 아이들의 시선이 그려낸 이야기로 2016년 6.25를 즈음해 전후 세대를 공감하는 책으로 '소라단 가는 길'을 추천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으로는 같은 작가의 '완장'을 추천합니다.
추천인 : 사서 박신열